그 개를 쏴. - 아서(마이클 케인)
여러분은 선택된 사람들입니다.
노아의 방주 이야기 잘 아시죠?
노아가 나쁜 사람입니까?
신이 나쁜 겁니까?
그럼 방주에 탔던 동물들은요?
당연히 아니죠
그래요, 웃어요! 우거지상 짓지 말고
활짝 웃으면서 먹고, 마시고 파티를 즐겨요!
모두 새로운 시대에서 다시 만납시다. - 리치몬드 발렌타인(사무엘 잭슨)
by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Kingsman: The Secret Service, 2015), 매튜 본(Matthew Vaug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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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트 라는 이름의 양면성
영화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는 만화 같은 기상천외하며 경쾌한 액션과 심플한 스토리를 통해 한국에서도 많은 인기를 누렸던 영화다. 스파이가 세상을 구한다는 어쩌면 구태의연한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매튜 본 감독의 병맛스러움과 약을 빤듯한 연출이 영화를 끊임없이 아드레날린과 기대감을 가져다준다. 《킹스맨》이 특히 한국에서 인기를 더 누린 이유는 여느 영화와 마찬가지로 여러 각도로 즐길 수 있을정도로 많은 이야기들이 담겨있었고, 그 해석을 바탕으로 수많은 이야기들을 가져다 주었다.
《킹스맨》은 스파이 영화의 현대적 형태라는 외형 너머에는 권력을 가진 이들에 대한 허무주의 등이 자리하고 있다. 《킹스맨》에는 두가지 형태의 엘리트들이 등장한다. 하나는 '킹스맨'이라 불리는 집단이며, 다른 하나는 '리치몬드 발렌타인'으로 대표되는 집단이다. 매력적인 악당으로 등장하는 리치몬드 발렌타인의 음모에 맞서는 킹스맨에 주목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두 집단은 동전의 양면같은 존재로 인식해야 한다.
- 킹스맨 : 비밀리에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부와 권력
《킹스맨》의 장르를 넓게 펼쳐서 살펴보면 어딘가에 '소년만화의 클리셰'가 자리하고 있다. 주인공 에그시(태런 에저턴)는 영화 초반 가난한 일반인으로 등장한다. 가난을 짊어지고 거친 삶을 살아온 그에게 킹스맨 갤러헤드(콜린 퍼스)가 찾아온다. 눈 앞에 양복을 쫙 빼입은 킹스맨으로부터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된다. 그 기회를 붙잡고 지금의 생활을 청산할 수 있는 두 번째 삶의 기회를 부여받는다. 무협지나 판타지 영화에 등장하는 기연이나 스승을 만나 지금의 삶을 뛰어넘는 모습은 소년만화의 스토리와 동일하게 진행된다. 그러나 《킹스맨》의 기연은 소년만화와 조금 다른 지점이 있는데, 그 스승이 바로 엘리트 신분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엘리트들은 그야말로 비밀스러운 집단이다. 또 일반인의 상상을 뛰어넘는 부와 권력을 지닌 집단이다. 어마어마한 건물에서 엘리트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고, 건물 지하에는 수많은 군사적 장비와 물품들이 마련되어 있다. 게다가 법과 언론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힘도 지니고 있다. 영화 초반 에그시가 차량 절도로 체포되지만 겔러헤드에 의해 금새 풀려나게 된다. 킹스맨들의 활약은 언론에 의해 다른 소식으로 둔갑해 있다. 따라서 이 엘리트 그룹은 초법적 존재들이며, 언론마저 손아귀에 쥐고 흔들 수 있는 힘을 지닌 그룹이다.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이들은 예상컨대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한 자들이며 세상에 영향력을 은밀히 행사하는 이들이라 예상해볼 수 있다.
게다가 이 그룹에 들어오기 위해서 먼저 그들의 멤버십에서 선택받을 자격이 있어야 한다. 에그시는 아버지의 '혈통'을 이어받은 것으로 자격을 갖췄지만 엘리트로의 여정에서 수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 그 중 하나가 훈련 중 자신이 키우던 강아지를 쏘라는 명령이다. 수직적인 명령 체계에 적합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것들을 희생시켜야 한다. 그것이 오랫동안 동거동락한 존재여도. 이 엘리트 집단에 속하기 위해서는 생명마저 희생시킬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 리치몬드 발렌타인 : 표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욕망과 추악함
킹스맨의 반대편에 자리한 리치몬드 발렌타인(사무엘 잭슨)은 세계적인 IT 기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햄버거를 좋아하는 CEO다. 그는 언론에 자신을 내세우길 좋아한다. 고전적인 것들을 중요시 여기는 킹스맨들과는 달리 발렌타인은 최신기술을 이용하는 것을 잘 활용한다. 킹스맨이 과거의 엘리트들의 모습이라면 발렌타인은 현재 혹 미래에 등장하는 엘리트로 볼 수 있다. 게다가 리치몬드는 자신의 이면에 자리한 '가이아 이론'을 근거로 '인류를 제거하자'라는 의지를 가진 인물이다.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미국의 대통령을 통해 무료로 유심카드를 배포하여 작동시킨 다음 인류를 제거할 예정이었다.
동시에 발렌타인에게 선택받은 소수의 그룹은 유심이 작동하여 자신들에게 다가올 위협을 피하기위해 또 다른 이식 칩을 받아둔 상태다. 이들은 세계 각국의 부호들과 권력자들이다. 그들은 발렌타인의 계획에는 일절 관심이 없다. 그저 자신의 삶을 위협하는 지금 이 시기를 무사히 잘 넘기고픈 마음 뿐이다. 그러기위해 돈을 쏟아붓고,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심지어 생명의 위협을 받는 순간을 즐기기 위해 발렌타인이 마련한 방주에서 카운트 다운을 하며 그 순간을 오매불망 기다리는 모습을 보인다.
- 에그시 : 엘리트 권력을 맛 본 평범한 사람의 모습
수많은 사람들은 예나 지금이나 자신이 킹스맨 즉 엘리트가 되길 소원한다. 그러나 그 갈망은 현실의 높은 벽에 부딪혀 꿈만 꾸고 있다. 하지만 엘리트가 되었을 때 맛본 부와 권력은 그들에게 이전에 없던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에그시의 행태도 이제 막 엘리트가 된 이들의 모습을 잘 나타내주는 모습이다.
그는 세상을 구하러 가기 전 감옥에 갇힌 스웨덴 공주와 만난다. 세상을 구하면 뒤로해준다는 약속과 세상을 구한 뒤 그 약속을 이행받으러 가는 에그시의 모습은 전쟁에서 승리한 뒤 취하는 전리품과 같은 모습이다. 이것은 《킹스맨》 후속작 《킹스맨: 골든 서클》에서 노골적으로 등장한다. 동시에 엘리트들은 엘리트와 관계를 맺어 자손을 낳고 그 자손이 엘리트 그룹의 대를 이어가는 모습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제 이런 시각을 한국의 상황으로 끌어와보자
- '갑'과 '갑'의 전쟁
검찰개혁이라는 거룩한 사명을 지닌 엘리트로 대변되는 조국그룹과 기존의 질서를 수호하려는 검찰과 언론 그리고 자유한국당이란 불리는 쓰레기들의 다툼은 여전하다. 특히 '386세대'의 조국에 대한 감정이입은 대단하다. 그들이 헌신하여 가져온 민주화의 결과물을 이제 더 이상 자유한국당이라는 이익집단 그리고 뒤에서 이들을 봐주는 검찰과 언론의 카르텔을 깰 절호의 기회라 생각한다. 그리고 조국을 수호함과 동시에 검찰개혁이라는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다시 촛불의 힘을 보여야한다며 주장하고 있다.
검찰개혁 동의한다. 기존 권력층들의 카르텔 타파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현재 조국사태로 인해 불붙은 갈등은 '갑'과 '갑'의 권력다툼으로 비춰질 뿐이다. 더욱 더 안타까운 것은 민주화의 새로운 장이요, 수많은 국가들로부터 찬사받은 촛불이 '권력다툼'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유시민의 말을 인용하자면 정권이 바뀌었지만 대통령만 바뀌었을 뿐이라는 사실이었다. 강남역 철탑에는 여전히 사람이 자리하고 있으며, 김천 도로공사 본사에는 수많은 노동자들이 건물에 갇혀 농성중이다. 이명박근혜를 지나왔지만 무엇이 달라진 세상을 보고 있는가?
- 계급사회 속 내 위치는 어디에?
《킹스맨》에 등장하는 두 엘리트 집단 모두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킹스맨은 양복이라는 현대식 갑옷을 입고 기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수많은 적들을 맞상대한다. 발렌타인으로 대표되는 조직들은 비도덕적인 것들을 추구하며 이것을 세상에 당당히 공개한다. 이러한 엘리트 간의 대결 속에 일반대중들은 그저 개, 돼지 취급을 당하고 있다. 엘리트들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추하고 권력지향적이며 욕망의 모습을 뒤로 한 채 말이다.
《킹스맨》에서 수많은 엘리트들이 일반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구역질이 나기까지 한다. 그러나 영화적 상상력으로 그 감정을 체감하지만 현실은 더 잔혹하다. 현실에서 수많은 사람들은 햇빛이 쏟아지는 날 더위를 이겨내야하며 찬바람 부는 날 잠이 들어야한다.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 속 촛불은 누구를 향해 들어야하는가?
당신은 어디에 속해있는가?
킹스맨의 권유를 받을 혈통을 지니고 있는가?
발렌타인의 방주에 오를 권력을 지니고 있는가?
당신은 어디에 속해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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